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불법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1992년 LA 폭동 당시 한인 자경단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면서 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LA 한인회는 즉각 반발했고, 트라우마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강하게 성토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SNS 해프닝이 아닙니다. 30여 년 전 한인 커뮤니티가 겪은 아픔과, 지금 미국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이 교차하는 민감한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 1992년 LA 폭동: 분노의 불길 속 한인 사회의 고통
1992년 LA 폭동은 로드니 킹 사건에서 촉발되었습니다. 당시 백인 경찰 네 명이 흑인 청년 로드니 킹을 무차별 폭행했음에도 배심원단이 이들을 무죄로 평결하면서 흑인 커뮤니티의 분노가 폭발했고, 대규모 소요 사태로 번졌습니다.
그러나 불길은 예기치 않게 한인타운으로 향했습니다. 약탈, 방화, 폭력이 이어졌고, 수백 개의 한인 상점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경찰이 치안 유지를 포기한 가운데, 한인 상인들은 스스로 총기를 들고 옥상에서 상점을 지키는 '자경단'이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한인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고, 미국 내 유색 인종 간의 갈등, 소외된 이민자 커뮤니티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계기였습니다.
📌 2025년의 시위: 불법이민 단속, 누구를 위한 것인가?
현재 미국 전역에서는 불법이민자 단속 강화 정책에 대한 반발 시위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LA, 뉴욕, 텍사스주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민자 커뮤니티가 대규모 집회를 열고, “이민은 범죄가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연방 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이 있습니다. 불법 체류자에 대한 대규모 추방 예고, 이민자 보호 도시(Sanctuary Cities)에 대한 예산 삭감 위협 등으로 인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다수의 라티노,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이에 맞서기 위해 연대하고 있습니다.
📌 트럼프 주니어의 사진 업로드: 위험한 과거 소환
이런 와중에 트럼프 주니어가 올린 게시물은 기름을 부은 격이었습니다. 그는 ‘옥상의 한국인들을 다시 위대하게(“Make Rooftop Koreans Great Again”)’라는 문구와 함께 1992년 당시 무장한 한인 남성의 사진을 게시했습니다.
33년 전 LA 폭동 ‘한인 자경단’ 사진 올린 트럼프 아들에 한인회 “경솔(한겨레)
이는 명백히 이번 시위 상황에 대한 조롱과 도발로 읽힐 수 있으며, 무력 사용을 정당화하는 메시지로도 해석됩니다. LA 한인회는 이에 대해 "1992년의 상처를 상업적,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성명을 발표했고, “지금은 살얼음판 같은 위기의 순간”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과거의 기억을 무책임하게 소환하는 행위는, 특히 그것이 무장 저항과 연결된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 지금 같은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에서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 한미 관계와 한인 커뮤니티의 입지, 더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번 사태는 한미 관계에도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 내 한인 커뮤니티는 양국 관계에서 ‘가교 역할’을 수행해왔으며, 미국 정치에 점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건이 반복되면, 한인 커뮤니티는 다시금 이민자 사회 내에서 ‘희생양’ 혹은 ‘중립 없는 존재’로 인식될 위험이 있습니다.
한국 정부나 외교 당국이 즉각적인 개입을 하긴 어렵지만, 현지 한인회 및 커뮤니티 단체의 목소리가 미국 정치권에 전달될 수 있도록 외교적 채널이 긴밀히 협력해야 합니다. 더불어, 이민자 이슈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와 공감이 확산될 필요가 있습니다.
✍️ 마무리하며: 과거는 경고이지 무기가 아니다
1992년의 한인 자경단 사진은 한인들이 자발적으로 영웅이 되려 한 모습이 아닙니다. 그것은 공동체가 외면받고, 스스로를 지켜야 했던 절망의 기록입니다. 그 사진을 정치적 유희처럼 활용하는 것은 그 아픔을 다시 한번 훼손하는 일입니다.
지금은 모두가 공존을 고민해야 할 시기입니다. 과거를 무기로 소환하는 것이 아니라, 교훈으로 삼아야 할 때입니다.